명상은 과학이다

과학동아
2017-06

과학동아에 소개된 마음수련 명상 뇌괴학 연구

미국의 알렌 뇌과학 연구소는 캘리포니아공대 크리스트퍼 코흐 교수를 수석연구원으로 영입하면서 인간의 뇌에 대해 알아보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코흐 교수팀은 인도 남쪽에 있는 티베트의 승려를 만났다. 그들은 수 년 동안 일상을 떠나 인간의 근원에 대해 명상하며 지낸다. 명상을 할 때 이들의 뇌에서는 일반인과 확연히 다른 고주파 신호가 나타났다. 이제는 과학을 통해 마음이나 의식, 그리고 지혜를 확인하는 시대다.

뇌 속 깊은 골짜기가 기억 만든다

사람의 뇌에는 약 1000억 개의 뇌세포(뉴런)가 있으며, 뉴런과 뉴런 사이는 시냅스 약 7000개로 연결돼 있다. 뉴런은 여러 형태의 네트워크로 구성돼 있는데, 우리가 경험하고 학습하는 외부 환경에 따라 변한다(뇌가소성). 뇌가소성 덕분에 뇌가 재 프로그래밍되며,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이때 뉴런 네트워크에는 ‘신경 연결 통로’가 생긴다. 특히 오랫동안 동일한 생각이나 행동을 반복하면 깊은 골짜기 같은 화학적, 전기적 패턴이 생긴다. 이런 패턴이 생기면 더 이상 학습이나 외부 자극 없어도, 그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이런 원리로 사람의 뇌에는 일생동안 수많은 생각과 마음의 틀이 저장된다.

안타깝게도 이에 따라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집착하게 되고, 인지적 오류나 편견이 생긴다. 신경 연결 통로가 한 번 만들어지면 그 틀에 따라 정보를 판단하고 분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지한 대로 마음속에 저장되고 기억이 된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외부 현상을 있는 그대로 인지한 게 아니라, 각자 자기 뇌의 신경 연결 통로에 맞게 각색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저장된 것이 외부 자극에 의해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예기치 못하게 반응하게 된다(브루스 후드, ‘지금까지 내가 알던 모습이 모두 가짜라면’).

알파파 늘리고 스트레스 줄이는 마음빼기 명상

명상은 ‘나를 돌아보는 것’이다. 나를 돌아보면 내가 살아오면서 쌓아왔던 수많은 기억들이 영화 한 편처럼 지나간다. 이때 나를 돌아보면서 기억과 생각을 빼는 것이 ‘마음 빼기 명상’이다. 마음 빼기 명상을 하면 나에 대해 점점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고, 내 생각의 틀과 인지 오류를 스스로 파악하게 된다.

마음빼기 명상은 나를 깊이 돌아볼 수 있는 방법이다. 마음빼기 명상을 하다보면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과정에서 내가 의식하고 있는 것은 현재가 아니라 과거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런 과거의 내가 현재를 왜곡시킨다는 것을 알고, 이것이 집착이고 편견이며 고정관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면 쓸데없는 마음을 버릴 수 있다.

미국 UC샌디에이고 인지과학과 하이메 피네다 교수팀은 실험참가자 9명에게 몇 주간 총 100~150시간 동안 마음빼기 명상을 하게 한 뒤, 이후 다시 몇 주 동안 총 300~350시간 동안 명상하게 했다. 그리고 뇌전도(EEG) 채널 32개로 뇌의 전후 변화를 비교했다. 그 결과 명상을 하고 난 뒤 10Hz 부근의 뇌파 신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안정된 상태에서 나오는 뇌파인 ‘알파파’였다. 알파파는 명상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측 후두엽에서 크게 증가했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이 명상을 하면서 스트레스 지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측정했다. 그 결과 명상 초기에는 스트레스의 정도를 알 수 있는 ‘코헨의 스트레스 척도’가 명상을 하지 않은 13명보다 높았다. 그런데 마음빼기 명상을 한 뒤 스트레스 지수가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최근 국내에서는 지식 뿐 아니라 인성 교육이 중요시되고 있다. 중학교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으로 명상이 도입됐고, KAIST에서도 명상을 통한 인성교육 강의가 있었다. 명상이 더 이상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누구나 생활에서 명상을 하면서 자기 마음의 근본을 알아가는 시대가 됐다.

이덕주 교수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NASA를 거쳐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미국 헬리콥터학회 부회장, 한국 드론산업 진흥협회 부회장이며 아시아/호주 헬리콥터 포럼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지금이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인성본성탐구 및 인성본성회복’ 등 KAIST에서 인성교육 강좌를 열었고, 작년부터 전인교육학회 회장, 미래 교육 소사이어티 창립멤버로 활동 중이다.
djlee@kaist.edu

글 : 이덕주 ​KAIST 항공우주공학과
에디터 : 이정아 (과학동아 6월호)
출처: http://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1706N047

 

*해당 기사는 저자의 동의 하에 개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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