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한 삶에서 벗어나 희망의 삶으로

이상기 / 직업군인

춘천의 괜찮은 가문에 공부 잘하는 집안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왔다. 아버지도 직업군인이셨는데 군에서 전역 후 사업에 실패하여 경제적으로는 어려웠지만 운이 없었을 뿐 여러모로 훌륭하신 분이었다. 열심히 공부해 어렵게 사관학교에 입학했고 그 후 고속 기관차처럼 정신없이 살아왔다. 항상 생도 생활과 전방에서의 군 생활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살려고 했다. 헌데 중령으로 진급한 마흔 살 이후부터 나를 돌아봐야 한다는 절실함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주위에 밉고 싫은 사람들뿐, 겉으로는 웃지만 늘 불편해

흰머리는 더욱 늘고 직책이 올라가도 일은 점점 더 힘들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뭔가를 얻으려고 살아왔는데 그것을 이룰 것 같지 않았고 뭔지도 잘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잘난 줄 알았고 잘 해온 줄 알았는데 직장에서의 진출에도 장애가 있었고 능력 발휘도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삶이 우울하고 공허하게 느껴졌다. 돌이켜 보니 내가 어디로 가고 왜 살고 있는지 아는 게 없었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 밉고 싫은 사람들이 많았고 사람을 대하는 것도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불편할 때가 많았다. 상급자의 지시와 스타일이 항상 맘에 안 들고 아랫사람 하는 것도 성에 안 찼다.

닥치면 대부분 잘하면서도 내일 있을 보고, 다음 달에 있을 업무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초조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그날 누구에 대해 불편한 일이 있으면 그 생각에 잠을 못 이루고 뒤척였다. 때문에 부단히 뭔가 즐길 것을 찾고 있었다. 골프, 테니스를 죽도록 연습해 남을 눌러 과시하고 싶었고 그런 것에 집착했다. 하지만 쾌락과 재미를 추구할수록 공허함과 부족함은 커져만 갔다. 아, 이건 정말 아니다, 왜 이렇게 사는 게 힘이 드는가 반문하며 자신을 성찰하기 시작했고 벗어나고 싶었다.

종교와 수행, 성인에 대해 생각했지만 현실에서 하기도 어렵고 수십 년이 걸려도 그 결과를 보장 못할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마음수련에 관한 책을 발견하고 단번에 읽어버렸다. 바로 이거구나 싶었다. 수련을 해보기로 마음먹고 가까운 수련원에 나가기 시작했다. 진급 시기에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어 바쁘게 업무를 해야만 했지만, 그래도 틈만 나면 수련원으로 달려갔다.

허망한 삶에 대한 확실한 대안, 희망은 마음수련뿐

마음수련에 대해 이것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첫째, 허망한 삶의 현실을 정확히 진단했다. 둘째, 자기중심적인 거짓마음을 버리는 방법을 명확히 제시했다. 셋째, 거기서 벗어났을 때 어떻게 살게 되는지 확실하게 말했다. 내가 정말 모든 것을 벗어나 그렇게 자유롭고 여여하게 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가 갈 길은 이것밖에 없겠다는 생각은 확실했다. 수련은 쉽지 않았다.
남들은 몇 주 만에 통과하는 1과정을 난 몇 달 동안 계속했다. 답답하고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조금씩 의심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여기에 희망이 없다면 더 이상 어떻게 살겠는가. 그저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해나갈 뿐이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답답했던 마음이 시원해지기 시작했다. 마음이 무엇이고 마음을 닦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삶이 허상이고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며 나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도 알았다. 고통 짐을 지고 살 필요가 없음도 알게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더 이상 미운 이, 보기 싫은 이도 없었다. 편안함과 행복감에 점점 더 충만해졌다. 나밖에 모르던 내가 남을 위해 뭐든 해주고 싶고 기꺼이 몸을 움직여 할 수 있게 되었다. 짜증과 화가 어디로 갔는지 찾기 어려울 정도다. 눈을 감으면 온 천지와 나가 되었고 몸은 항상 날아갈 듯했다.

과원들은 강하게 요구 안 해도 스스로 더 잘하고 업무도 좋은 결과를 내는 것 같다. 사람들이 조금씩 나에게 다가온다. 모든 일이 별로 힘들지 않고 그래서인지 예전처럼 피곤한 줄도 모르겠다. 나이는 들어가고 있지만 예전보다 컨디션이 더 좋다. 이런 모든 것을 이루 다 말하기가 어렵다. 내가 수련을 안 했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까? 생각만 해도 너무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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