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제야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김근우 / 대전대 한의학과

알콜 중독과 조울증 진단을 받은 아버지, 뇌 수술 후 후유증에 시달리는 아버지. 걱정이 큰 만큼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깊었던 김근우 씨는 장남이라는 부담까지 더해져서 무뚝뚝하기 이를 데 없는 아들이었다고 한다. 늘 찡그린 얼굴로 살아야 했고, 학교 공부도 부담스러웠던 그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만난 건 마음수련. 수련을 통해 이제 마음으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김근우 씨 이야기다.

‘너도 마음수련 해봐’ 확 달라진 선배의 권유

대학에 들어와 동아리에서 만나게 된 한 선배가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렸을 때 어머니를 여읜 그 선배는 어딘가 고민이 많고 외로워 보였고, 어쩐지 그 선배를 편안하게 대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선배가 점점 밝고 명랑한 성격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다가가기 힘들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스스럼없이 농담을 하고 장난을 칠 만큼 편안한 사람으로 바뀌어갔다. 그 모습이 참 신기해서 비결을 묻는 나에게 선배는 씩 웃으면서 말했다. “너도 마음수련 해봐~”

대학교 3학년이 되었다. 아버지께서 사고로 뇌수술을 하시고, 후유증에 시달리셨다. 생사를 넘나드는 아버지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고, 큰아들로서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너무나 버거웠다. 학과 공부마저 커다란 짐으로 느껴져, 휴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한참을 방황하던 중 우연히 선배가 얘기했던 마음수련이 떠올랐다.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학인을 위한 마음수련’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화 잘내던 아버지에 대한 깊은 원망에서 벗어나

마음을 비우기 시작한 지 3일째 되던 날, 갑자기 눈물이 울컥 터져 나왔다. 정말 이렇게도 이기적으로 나만을 생각하고 살아오다니! 진심으로 아버지를 걱정하기보다는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내 걱정만 앞섰고, 한편으로는 아버지를 원망하기도 하였던 나. 그러면서도 이렇게 힘든 나를 알아달라고 위로해 달라고 남들에게는 더욱 힘든 척을 하고 있었다. 한참을 울었다.

진심 어린 참회 덕일까. 가슴과 어깨를 짓누르던 그 무거운 돌덩이가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어찌나 시원하고 홀가분하던지!! 생전 처음 마음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자유를 느꼈다. 그 뒤로도 마음을 비워가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족 관계가 매우 좋아졌다.

예전에는 술 좋아하시고 화 잘 내시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많았다. 밤늦게 술을 드시고 들어오는 날이면 언성을 높이셔서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당연히 집에 들어가기가 싫었고, 항상 말없이 무뚝뚝하게 굴곤 했다. 중학교 때 아버지는 알콜중독과 조울증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시기도 했다.

내 아픔 버리니, 아버지의 아픔도 보게 돼

마음수련을 하며 살아온 삶을 떠올려 버리는데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원망뿐이었다. 하지만 그 원망과 미움들을 하나하나 버릴수록 내 입장이 아닌 아버지의 입장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불안했던 환경들. 힘든 일이 있어도 가장이라는 책임감에 내색하려 하지 않았던 모습들. 술로 풀 수밖에 없었던 그 답답한 마음들.

내 아픔을 버리고 나니 아버지의 아픔이 보였다. 힘든 가운데 가족을 위해서 헌신하던 아버지였는데, 그 감사함은 생각하려 하지도 않았다. 참 못난 자식이었다. 아버지를 대하는 태도가 자연히 180도 달라졌다. 처음으로 아버지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하게 되었고, 아버지와 이런저런 얘기를 즐겁게 나누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나 하나만 달라졌을 뿐인데 집안 분위기가 밝아지기 시작하였다. 아버지의 건강도 많이 회복이 되셨고, 그렇게 나를 싫어했던 동생이 어느 날 늦은 밤에 전화해서 “오빠가 나에게 가장 큰 힘이 된다”고, 고맙다고 할 때에는 어찌나 행복하고 감사하던지.

감옥같은 마음에서 벗어나니, 가족 친구 관계도 좋아져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난 세상 고민은 다 짊어진 양 심각해서 친구들이 쉽게 다가오지 못했다. 성격도 급해서 화까지 잘 냈으니 관계가 원만할 리가 없었다. 최근에 나를 만난 친구들에게 예전 얘기를 하면 다들 잘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니가 화도 낼 줄 알아?” 하고.
마음을 비워갈수록 고민도, 화를 낼 일도 없어졌다. 마음이 편안하니 자연히 얼굴빛도 밝아지고 자꾸만 웃게 된다.

시험 기간만 되면 학업에 대한 부담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곤 했지만 이젠 그런 스트레스는 거의 없다. 괜한 걱정은 버리고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되었다. 성적도 많이 올랐다.
다른 어떤 변화보다도 세상과 모두에 대한 감사함을 갖게 된 것이 가장 값지고 소중하다. 나밖에 몰랐던 때의 비좁고 괴로웠던 마음은 마치 감옥과 같았다. 항상 찡그리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내가, 지금은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니, 그것만으로도 참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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