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수련으로 강박증 벗어나자 공부도 재밌어져

허유정 / 간호사

학창 시절 공부 욕심이 아주 많았다. 성적이 오르면 부모님의 사랑도, 친구들의 관심도, 나의 열등감도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마음이 강박증에 이르렀고, 시험 기간이면 책상 한쪽에 참고서를 높이 쌓아놓고 도서관에 하루 종일 앉아 공부를 했다. 그런데 투자하는 시간만큼 성적이 안 오르는 것이 문제였다.

어릴 때의 기억 몇 장면이 시험 강박증 만들어

같은 페이지를 하루 종일 반복해서 보다가 금방 조바심이 나서 이 책 저 책을 10분마다 돌려 보기도 했다. 1시간 중 50분은 시험에 대한 걱정으로 보냈기에, 정작 문제를 풀 때는 공부한 것이 하나도 소용이 없었다. 매 학기 중간고사, 기말고사, 모의고사까지 시험의 연속인 고등학교 생활, 뇌혈관이 터져나갈 것만 같아 머리를 부여잡고 드러누워 버린 적도 있었다. 이 상태로는 도저히 학교에 못 다니겠구나 싶었다.

그때 엄마가 권해주신 것이 청소년 마음수련 캠프였다. 수련 중 어릴 적 기억 중 엄마에 대한 강렬한 이미지 하나가 떠올랐다. 엄마와 단둘이 산책을 하다가 무심코 시험 등수를 이야기 했는데 그 순간 싸늘하게 돌아서던 엄마의 뒷모습.
‘공부를 못하면 엄마의 모든 관심과 사랑이 다 없어지겠구나.’ 충격이었다.

이어서 떠오른 기억은 아빠에 관한 것이었다. 중학교 방학 때마다 아빠에게 영어 과외를 받았는데 영어에 딱히 재능이 없던 나는 매일 혼이 났고 매일 전쟁이었다. 그때부터 아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여 나중에는 한 공간에 있기도 싫을 정도로 아빠가 미워졌다.

결국 그런 모든 기억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공부와 등수에 집착하게 했던 거였다. 이 마음들을 버리지 않으면 영원히 나만의 세계 속에 갇혀 평생 불행하게 살겠구나, 심지어 몸이 없어지고도 그 마음은 똑같겠구나, 생각하니 끔찍했다. 나는 나의 그런 마음세계 속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열심히 마음을 버리자 열등감과 공허한 마음이 없어졌다.

지식을 배우기 앞서 마음 버리는 훈련이 가장 중요

차츰 부모님에게 예전의 이야기들을 시원하게 털어놓을 수도 있었다. 그러면서 엄마에게는 싸늘하게 돌아섰던 기억이 전혀 없다는 것, 또 가부장적이고 무뚝뚝했던 아빠도 그저 자식이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밖에 없으셨다는 것, 나를 항상 배려해주셨고 의외로 다정다감하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한 2학기. 나의 공부 스타일은 완전히 달라졌다. 무엇보다 집중하는 시간이 늘었다. ‘쟤보다 잘해야 되는데’ 하는 걱정도, 비교하는 마음도, 사소한 것에 집착하며 시간을 허비했던 것도 없어졌다. 수업 시간에도 요점이 쏙쏙 들어왔다. 그 후로는 줄곧 반에서 일등을 한 것 같다. 점점 공부하는 게 편안하고 재밌어졌다.

만약 그때 마음수련을 안 했더라면 공부도 가족 관계도 엉망진창인 학창 시절을 보냈으리라. 나의 이런 경험을 통해서 지식을 배우기에 앞서 마음을 버리는 훈련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후배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한창 예민했던 청소년기에 이런 기회를 주셨던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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