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 버린 만큼 세상의 사랑 깨달았죠

김이지 / 변호사

외로움, 열등감 극복한 변호사 김이지 씨 업무 모습

새내기 변호사 김이지 씨. 카이스트 우등 졸업, 서울대 단과대 수석 입학, 사법시험 합격…. 그녀는 목표로 했던 것들을 대부분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행복하기는커녕항상 불만과 불안이 뒤따라 다녔다는군요. 가장 큰 마음의 짐은 사람이었습니다. 진심으로 사람을 위할 때 할 수 있는 일이 변호사인데, 사람 만나는 게 부담스러웠던 겁니다. 하지만 마음수련을 하며 그녀는 참으로 큰 변화를 겪습니다.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귀한 존재임을 마음으로 깨닫고, 변호사가 된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는 변호사 김이지 씨 이야기입니다.

분노와 후회의 날들, 나에게 지금 필요한 건 뭘까

김이지 변호사어릴 때부터 혼자 책 읽는 걸 좋아했어요. 자연스레 성적도 좋았고, 수학 과학을 좋아해서 과학고등학교에 가게 되었죠. 카이스트에 진학했지만 그때부터 오랜 방황이 시작되었어요. 졸업할 즈음엔 공학이 아닌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고 싶어 서울대 언어학과에 들어갔어요. 어렸을 때 책을 읽으며 동경해 온 고대의 학자들처럼 멋진 연구 업적을 남겨보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인문학을 연구하려고 했던 생각도 방법론적 갈등에 부딪히면서 진로에 대해 고민을 또 하게 되었죠.

그렇게 선택하게 된 것이 법학이었어요. 논리적이면서도, 실용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했고, 또 법률가가 되면 사회적으로 기여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 나이 딱 서른 살이 되었을 때 서울대 법대 3학년으로 편입을 했지요. 그 무렵이었어요. 원래 예민한 성격이었는데, 점점 더 예민해지기 시작한 거예요.

사람들과의 관계도 힘들어졌어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적절한 반응을 찾지 못한다는 느낌, 그러니까 대화의 흐름을 탈 수가 없는 거예요. 사람들이 제 말을 오해하는 경우도 많이 생기고, 그런 일이 반복되니까 너무 괴로웠죠. 밤에는 이런저런 후회 속에서 잠을 못 이루고. 책을 읽을 때도 글 한 줄 읽고, 그에 연상되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다른 사람에 대한 분노감 같은 것이 부글부글 올라오고. 4학년이 되어 사법시험 공부를 하는데,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는 거예요. 지금 나에게는 무언가가 필요한 게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러다 우연히 마음수련 안내책자를 보게 되었어요. 마음이 비워진다고? 정말 그렇다면 이건 나한테 꼭 필요한 건데,라는 생각이 들었죠. 언제나 기운 없고 심약한 나, 예민한 나, 공부만 잘했지 현실적인 일들은 제대로 처리도 못 하는 나, 그런 나를 바꿔보고 싶었어요. 보통 사람들처럼, 편하게 사람을 대하고, 부지런히 일하고, 그렇게 활기차고 힘 있게 살고 싶었어요.

잡념에서 벗어나고 집중력 생긴 결과, 사법시험 합격

처음에는 너무너무 예민한 상태라, 수련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마음으로 한다는 게 뭔지도 잘 모르겠고. 그래도 방법대로 따라 하면서 나를 돌아보니, 어렴풋이 알겠는 거예요. 책에서 본 것들, 누군가와 부딪쳤던 일, 누가 오해해서 괴로웠던 일…. 그런 온갖 것들이 제 안에 사진처럼 찍혀 있더라고요. 그런 사진들이 얽히고설켜서 잡념들로 나오는 거였고요.

처음에는 사진이 너무 선명해서 힘들고 아팠어요. 그런데 버릴수록 정말 희미해지면서 마음이 가벼워지는 거예요. 아, 이게 다 가짜였구나, 알게 되었고요. 그렇게 수련을 하고 오니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겨 있었어요. 덕분에 2008년 가을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을 하게 됐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마음수련도 다시 시작했지요.

진지하게 제 삶을 돌아보았어요. 최우등 졸업, 단과대 수석 입학, 장학금, 사법시험 합격…. 제가 목표로 했던 것은 대개 다 이루었지만, 그것이 내 삶을 기쁘고 행복하게 해주지는 않았더라고요. 모두 다 내가 잘나서, 내가 열심히 해서 이룬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저 당연한 것이었고 그러니 감사함도 없었죠. 불만과 불안은 항상 뒤따라 다니면서 저를 괴롭혔어요.

한 번은 후배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누나는 어디 연구소에서 격리돼서 살다가 처음 세상에 나온 사람 같아.”
돌아보면 저는 이 세상이 아니라 책 속의 세계에 살았던 사람이었어요. 세상에 대한 지식도 없었고, 사람들과 어울린 경험도 별로 없으니, 사람을 이해할 줄도 몰랐고요. 내 속마음을 들여다보는데 정말 말도 못하게 형편없는 거예요. 내가 만들어놓은 마음세계 속에서 언제나 나만 맞았고, 내 잣대로 상대를 무시하고, 분별하고. 그러니 사람들하고 편하지 않은 게 당연했던 거죠. 남들에겐 관심조차 없었고요.

사람관계가 달라진 김이지 씨

외로움, 열등감 버리자 세상의 사랑 깨닫게 돼

점차 깊이 내 안에 들어가 보니, 나를 구성하는 근본 뿌리는 ‘사랑받지 못했다’는 열등감이었어요. 밑으로 남동생이 태어나면서 동생들에게 부모의 사랑을 빼앗겼다는 생각, 나도 사랑받고 싶지만 누구도 날 좋아하지는 않을 거라는 불안감, 그 때문에 생긴 내 존재에 대한 높은 기대치…. 이런 마음들이 제 인생의 근본 문제였던 거예요. 내가 만들어놓은 마음세상에서는 오직 나 혼자밖에 없잖아요. 나 혼자만 잘나길 바라고, 사랑받길 바라고, 그게 채워지지 않으니 외롭고, 힘들고, 불행하고. 이런 나에게서 정말 벗어나고 싶었어요.

세상을 위하는 행복한 변호사 김이지 씨수련을 하며 그런 마음들을 버리다 보니 점점 마음의 눈이 밝아지면서, 허상의 내가 없으면 원래 있는 본래의 마음만 남는구나, 그런 걸 알게 되더라고요. 내가 살아 있다는 것 자체도 세상의 사랑이란 것, 세상이 매순간 지극한 사랑으로 나를 살리고 있었다는 것도요. 그걸 깨달으면서 사랑을 못 받았다 하는 것으로부터 놓여났어요. 내 가짜마음을 다 버리고 나면, 원래 존재했던 본래의 마음으로 다시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도 확연히 깨닫게 되었지요.

저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생겼다는 거예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하고 물을 줄 알게 된 거죠. 이젠 누굴 봐도 반갑고 귀하고, 잘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들어요. 모두가 세상의 사랑을 받는 사람들,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더라고요. 이제야 정말 행복이 뭔지 알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사는 게 진짜 행복이더라고요. 우리는 하나니까요.

단 하나뿐인 개체의 나가 아니라 수많은 전체의 나를 위하는 마음으로 사니까, 많이 행복할 수밖에 없잖아요. 정말 다행이지 뭐예요. 말로만 변호사지, 진심으로 사람을 위할 줄도 모르고 관심도 없는 변호사였으면 어쩔 뻔했어요.(웃음) 이제 정말 세상을 위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애요. 이렇게 변화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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