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오늘 어떤 마음 버렸어?” 함께 마음 비우는 부부

신종상 / 공무원

결혼 9년째가 되던 해 우리 집엔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결혼 전부터 병약했던 아내의 원인 모를 병이 깊어갔고 이로 인해 가족 모두가 힘들어졌다. 결혼생활 내내 아프다는 이야기를 달고 살았던 아내는 매일 짜증을 냈다. 아파서 그러려니 했지만 집에 들어오는 게 편하지 않았다. 아내의 병이 깊어지면서 싸움은 더욱 커졌다.

특별한 병명 없이 아픈 아내, 본인도 가족도 힘들었던 시간들

큰 병원을 찾아 수술도 했지만 병명도 원인도 밝혀지진 않았다. 아내의 신경은 갈수록 날카로워졌으며, 우리는 점점 감정을 상하게 할 정도로 심한 말다툼을 했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온갖 곳을 찾아다니던 아내가 어느 날 마음수련원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당시 워낙 서로가 힘든 상황이라 선뜻 동의를 해주었다. 어린 두 아이는 가까이에 있는 처갓집에 맡기고, 아내는 2002년 여름 방학 기간 중 3개월 계획으로 그렇게 자리를 떠났다.

3개월 후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었다. 다시 돌아온 아내의 눈은 빛나고 얼굴은 맑아져 있었다. 아내는 신혼 때보다 더 다정스러워졌고, 내가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오면 짜증을 내고 그로 인해서 부부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했는데, 나의 직장일과 음주 같은 바깥일에 대해 관대해졌다.

연애할 때처럼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온 아내

처음 연애할 때처럼 바라만 봐도 좋은, 그저 사랑스럽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정신적으로 한 고비를 넘기고 나서 자신감을 가진 듯했고, 언제 앓았냐는 듯 생생해져 있었다. 그전엔 애들에 대해서도 자기는 몸이 아프면서도 일일이 다 신경을 써 나와 마찰이 있곤 했는데 이제는 아이들을 좀 더 자유롭게 놓아줄 줄도 알게 되었다. 아내의 변화로 우리 가정은 그 어느 때보다 화목하게 되었다.

그러니 나도 더 잘해주고 싶어졌고, 겉으로야 표현하지 않았지만 ‘마음수련 정말 효과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일년이 지난 여름 휴가철, 아내는 나에게 마음수련원에 다녀오지 않겠냐고 권유했다. 크게 내키지는 않았지만 못 이기는 척 마음수련을 시작하게 되었다.
논산 메인센터에서 일주일을 수련한 나는 아내의 긍정적인 변화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평소 들끓던 번뇌와 갈등이 사라질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직접 마음수련 하며, 아내가 긍정적으로 바뀐 이유 알게 돼

휴가를 연이어 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일주일간의 휴가를 더 허가받았다. 나는 어려서부터 밤하늘을 바라보며 공상하기를 좋아했고 현실과 동떨어진 다른 세상을 많이 그리며 살아온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좀 내성적으로 자랐다. 그런데 남들에게는 내성적으로 보이기 싫었기 때문에 활달하게 보이려 노력했다. 그러니 필연적으로 이중마음을 쓰게 되고 내면의 고민과 갈등 속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알았다.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를 보호하려는 마음들이 항상 나를 힘들게 했다는 것을 알았다.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도, 명예욕도, 모두가 원래는 없는 마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집착을 계속해서 버리니 항상 올가미 같던 그 마음들이 끊어지며 없어져 버렸다. 이제는 겉치레가 아닌 나의 본모습을 보이며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어 참으로 행복하다.

되찾은 가정의 행복, 직장생활에서의 업무효율도 높아져

직장에서도 필요 없는 공상과 망상에 빠져 지내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일을 할 때나 일상생활에서 항상 맑은 정신으로 지내게 되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갈등이 일 때면 틈틈이 수련을 하며 버려간다. 예전엔 날카롭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직원들이 “표정도 말투도 부드러워졌다”고 한다.

아내와 함께 지역수련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같이 수련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서로 어떤 마음을 버렸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건강을 찾은 아내는 계약직 교사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생기발랄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예전엔 아내가 아플 때 “당신은 생각을 바꿔야 병도 낫는다”며, 다정하게 신경 써주지는 못하면서 아내가 먼저 바뀌기만을 강요했었다. 이제는 말보다는 설거지라도 해서 행동으로 아껴주려 노력한다.
옆집에 우리 부부와 나이대도 같고 또래의 남매를 둔 것마저 비슷한 가족이 사는데, 우리를 보며 화목한 것 같다며 늘 부러워한다. 그렇게 싸우며 힘들게 살았던 세월들이 이제는 꿈만 같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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