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대신 웃음소리 끊이지 않는 우리집

윤하은 / 자영업

어느 날, 세월은 흐르고 환경은 바뀌는데 자신은 생각도 습관도 마음가짐도 그대로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다는 윤하은 씨.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자식으로서 이대로 사는 게 맞는 걸까 고민하게 되었다는 그는, 그에 대한 답을 ‘마음수련’에서 찾아보기로 한다. 그리고 몇 년, 마음수련을 하며 변화된 생각과 습관, 가족관계와 삶에 대한 이야기다.

그냥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불현듯 들기 시작한 의문들

나는 구미에서 등산복 대리점을 하고 있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을 둔 평범한 가장이다. 몇 해 전 딸의 유치원 행사가 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차들이 나가기 시작했다. 차들은 다른 쪽으로 나가도 되는데도, 앞차가 가는 방향을 따라 다음 차도 그 다음 차도 계속해서 따라 나가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 ‘난 반대 방향으로 나가야지’라고 마음을 먹었는데 어느새인가 나도 모르게 앞차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문득 내 인생도 남들이 살아가는 대로 그냥 따라가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니 20대 초반과 지금의 모습이 별 차이가 없지 않은가. 아니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주위의 환경이 바뀌어 거기에 맞추어 살아가고 있을 뿐 생각이나 습관, 마음가짐은 그대로였다. 순간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자식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고민이 되면서, 대체 마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까지 들게 되었다.

‘마음수련’ 시작, 마음이 무엇인지 알게 되며 의문들도 풀려

다음 날 인터넷으로 ‘마음’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았다. 그중에 ‘마음수련’이 있었다. 약간의 의구심과 호기심을 지닌 채 그날부터 지역 마음수련원에 다녔다. 세상 살면서 어느 누구도 믿지 않고 살아왔던 나였기에, 일단은 수련원에 다니며 탐색부터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수련을 계속할수록 마음이 무엇이고, 왜 내가 고통 짐을 지고 살고, 만족을 못 하고 항상 힘들게 살아가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 안엔 진짜마음과 가짜마음이 있는데 진짜마음으로 살지 못하고 가짜마음으로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가짜마음이란 내가 살면서 마음에 찍어놓은 사진 같은 것이고, 그것이 나의 관념과 관습을 만들게 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나는 수련을 하면서 그 누구도 잘 믿지 못하는 내 마음의 원인 하나를 알게 되었다.

내 안의 가짜마음 버리니, 심했던 번뇌 망상 사라져

초등학교 2학년 조례시간이었다. 운동장에서 친구가 먼저 흙을 던져 나도 던졌는데 친구는 보지 못하고 나의 행동만 본 선생님은 나만 혼을 내셨다. 조례가 끝나고 아무도 없는 운동장에서 무릎 꿇고 손들고 있으라는 불호령이 내려졌다. 친구가 먼저 싸움을 걸었다고 이야기해 보았지만 내 말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선생님에 대한 원망과 미움 그리고 억울함이 올라와 한없이 울었다. 그러면서 세상의 어느 누구도 나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부터 세상과 아주 큰 담을 쌓고, 눈치를 보면서 살아왔던 것이다.

늘 미래에 대한 걱정, 지나온 삶에 대한 후회 등 하루하루를 번뇌와 망상을 하며 보내려니 힘들었다. 혹여 단순 노동을 하면 나아질까 싶어 모니터 만드는 회사의 조립라인에도 가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일에 적응이 되자 예의 그 번뇌 망상이 끊이질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수련을 통해서 버리고 나니 싹 사라졌다. 번뇌 망상의 원인인 가짜마음들이 없어지니 집중력이 높아진 것이다.

소중한 가족에게 가장 잘못했던 나, 미안하고 부끄러울 뿐

사회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장사를 하다 보니, 안 좋은 기억을 남긴 손님이 있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안 좋은 사진(기억)을 남긴 손님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만 와도 피했었다. 내 속에 있는 ‘사진’에 따라 판단하고 물건을 살 사람, 안 살 사람으로 분별했는데 지금은 그런 마음이 없어졌다. 손님 한 분 한 분을 똑같은 마음으로 대하니 매출도 많이 좋아졌다.

지금은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딸도 수련을 하고 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딸에게 “요즈음은 엄마 아빠가 안 싸우냐?”고 물어보니까 딸이 “마음수련을 하고 나서는 안 싸운다”고 대답하는 소리를 들었다. 순간 딸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
돌이켜 보니 전에는 부부싸움을 참 많이 했다. 큰일도 아니다. 사소한 일로 만날 지지고 볶고 싸우면서 살아왔던 것이다. 나는 늘 옳았고, 남들도 다들 그렇게 살지 않는가 하며 위안했었는데, 수련을 해보니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가장 잘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요즘은 싸움 소리 대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집이 되었다. 그래서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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