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그렇겐 안 살란다, 참 미안했데이

최영호 / 자영업

마음수련 후 달라진 아빠 최영호 씨

펌프 대리점을 운영하며 직원들과 늘 부딪쳤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을 먹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자제가 잘 안 되어 한번 마시면 폭주를 했다. 만취 상태로 집에 들어가서는 곤히 자는 아내와 아이들을 깨웠다. 답답한 심정을 하소연하면서 풀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들의 반응은 냉랭했고 짜증스러워했다.

아빠만 집에 들어서면 방으로 들어가버리던 아이들

2004년 가게를 처분하고 사무실을 새로 얻어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해 태풍 매미로 인해 사무실이 물에 잠기면서 피해가 커지자 마음은 자포자기 상태였다. 힘든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술을 마셔댔다. 술을 자제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다짐하고 노력했건만, 나도 모르게 늘 그 선을 넘고야 말았다.

아빠가 집에 들어가면 아이들은 거실에서 TV를 보다가도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렇게 나는 불편한 존재였다. 어느 날, 아내가 3주 정도 다녀올 데가 있다며 나가버렸다. 오죽하면 아내가 자세한 말도 없이 떠났을까 싶어 괴로웠다. ‘내가 그동안 집사람과 자식들한테 피해만 주고 살았구나,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닌데,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3주 후, 아내는 돌아왔다. 근데 전과는 완전히 딴사람이 되어 있었다. 전엔 내가 밥을 먹었는지 관심도 없었는데 아내는 직접 밥도 챙겨주고 안부도 물었다. 알고 보니 아내는 마음수련을 하고 온 것이었다. 나도 아내의 권유로 수련을 하게 되었다. 기억의 사진을 버리면서 술을 마셨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돈에 대한 집착과 열등감으로 인해 술자리에서 허세부려

평소 화통해 보이지만 주변 사람들한테 힘든 얘기를 하지 못했다. 그러니 매번 술기운을 빌어 속내를 털어놓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 마음의 뿌리엔 돈과 자존심이 있었다. 집안 환경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해야 했을 때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컸다. 모든 게 돈 때문이다 싶었고, 열심히 일해서 자수성가했어도 돈에 대한 집착이 많았다.

나는 열심히 벌어왔는데 가족이나 직원, 친구들은 맨입으로 그냥 쉽게 얻어먹으려고만 한다 싶어 억울한 마음도 많았다. 한편으론 술자리 때마다 술값을 내면서 과시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동안 술을 먹으면서 지냈던 세월을 곰곰이 되돌아보았다. 돈은 돈대로 쓰고, 몸은 몸대로 망가지고,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수련을 하면서 항상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면서 살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늘 내 자신이 초라하고 비참했다. 그런 마음들을 버리자 너무 욕심부리면서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한테도 너무나 미안했다. 특히, 아이들이 한참 사춘기 때인데, 돈으로만 해결하려 했을 뿐, 말 한마디 따듯하게 해주지 못했다. 과외시켜 달라면 해주고, 용돈도 주었지만, 거기엔 사랑이 없었다.

마음 버리자 술도 자제하게 되는 등 자기 조절 가능해져

오죽했으면 아내가 아이들한테 관심 좀 가지라고 했을까. 나는 힘들게 살아도 너희는 공부 열심히 해서 아빠처럼 살지 말고, 장사도 하지 말고 좋은 회사에 취직해서 살아라,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할 뿐이었다.

나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아빠가 이 순간부터는 이렇게 안 살란다. 그동안 많이 미안했다” 하며 용서를 구했다. 술을 먹고 싶은 마음이 순간순간 올라올 때마다 그 마음을 버렸고, 친구들한테 전화가 와도 자제하게 되면서 점점 자기 조절이 되었다. 이젠 술 생각이 별로 나지 않는다. 당연히 귀가 시간도 빨라졌다. 마음의 고비를 넘기자 점차 자신감이 생겼다.

전엔 늘 의욕이 없어서 아침에 가게 문 여는 시간도 일정치가 않았다. 지금은 아침을 시작할 때마다 기분이 상쾌하고 즐겁다. 오늘 하루 장사가 잘될까 안될까 하는 걱정이 없고 손님들에게도 이윤이 많이 나는 걸 권하기보다,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잘 듣고 권해주니 장사도 더 잘된다.

아이들과 대화가 거의 없었는데, 이젠 아이들이 집에 오면 “학교 다니느라 힘들제” 하면서 살갑게 안부도 묻는다. 요즘은 아이들과 문자도 자주 주고받는다. ‘인수야, 사랑한다. 고맙다’ 문자를 보내면, 아들도 ‘사랑한다’는 문자를 보내온다. 그때의 마음이란…. 정말 눈물이 날 정도다.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아들 녀석이 가끔 고향에 내려오면 횟집 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그럴 때마다 아들은 “아빠가 바뀌어서 무척 좋다”면서 자기도 열심히 살겠다는 말을 한다. 비로소 아빠 노릇을 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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