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취업 재수생에서 행복한 직장인으로

김일권 / 회사원

취업 재수생이 되면 시간관념도 없어진다는데 내가 그렇게 살고 있었다. 무기력하게 변해버린 삶을 하루아침에 활기차게 바꾸기는 힘들었다. 그러다 지인을 통해서 인터넷 쇼핑몰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예전 같으면 쳐다보지도 않을 회사였다. 3개월 동안 창고 정리를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후엔 본사로 올라올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일 시켜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한번 해보겠습니다”라며 서울에서 용인까지 매일 출퇴근을 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놀랐다.

능력은 없으면서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보이고 싶었던 나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매번 정착하지 못하고 편한 일을 찾아 쉽사리 자리를 옮겨다니던 내가 밑바닥부터 해보겠다는 것 자체가 큰 변화였기 때문이다. 이건 마음수련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드라마에서 보듯, 남들 보기에 멋있어 보이면서도 편한 일을 좋아하고, 겉치레로 포장하려 한다는 것, 능력에 비해 허황하게 바라는 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일을 해보니 산 너머 산이었다. 단순 창고 정리인 줄 알았는데 고객 대응에 물품 배송까지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다 보니 거의 밤 11시나 늦으면 새벽 1시에 퇴근을 해야 했다. 사생활이 없어졌고, 잠도 부족했다. 한 달이 지나자 계속 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서는 새 직장을 잡으라고 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났지만 서울 본사로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을 때 찾아오는 행복

어떻게 할까, 수련을 하며 나 자신을 점검해 보았다. 힘들면 그만두곤 했던 내 옛 모습들을 들여다보며 버리고 또 버렸다. 결론은 그래 한번 끝까지 넘어가보자 하는 거였다.
약속대로 일을 마무리 지어주고 싶었다.
그렇게 7개월쯤 되었을 때 드디어 본사로 발령이 났다. 회식자리에서 사장님이 “사람은 언제 마음이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밑바닥부터 일을 시켜보아야 한다”면서 “젊은 사람들은 일을 하다가 힘들면 쉽게 그만두는데 오히려 더 열심히 해주는 모습에 고마웠다”고 하셨다.

난 그저 약속을 지키고 싶었고, 세상에 노력 없이 무슨 결과가 있겠나 하며 열심히 했을 뿐인데 생각보다 더 좋은 결과가 생긴 것이다. 일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을 때 찾아오는 행복. 지금, 이 순간 바쁘고 즐겁게 보낼 수 있는 하루하루가 행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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