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공포증, 원인 찾아내고 치유까지

이덕주 /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폐쇄공포증 극복한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이덕주 교수

한국과학기술원 항공우주공학과 이덕주교수. 그는 20여 년간 항공기의 소음, 안전성 등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항공우주공학은 그에게 단순한 과학기술이 아니다. 그는 “과학의 이치는 곧 삶의 이치이며 그 자체가 철학이고 예술”이라고 말한다. 한때는 그도 마음의 짐으로 허덕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 모든 마음의 짐을 벗어던지고, 항공우주 학자로서 치명적인 폐쇄공포증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마음수련 덕뿐이라는 이덕주 교수 이야기.

올라갔다 내려갔다 비행기 같은 곡선 그리는 우리네 인생

이덕주 교수의 연구 분야는 공력음향학과 비행역학, 와류 소음, 팬 소음 등 소리와 공기의 흐름에 관한 것이다.항공우주학 말하는 카이스트 이덕주 교수
카이스트(KAIST) 교수로 20년 넘게 재직 중인 그는 한국과 미국항공우주학회 등 국내외에 3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한국음향학회 저널 편집장을 거쳐 한국인 최초로 미국헬리콥터학회 저널의 부편집장을 맡고 있고, 비행기 소리를 일반 소리에 접목시켜 미국 특허를 내는 등 이 분야의 전문가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이덕주 교수는 항공우주학은 한마디로 ‘종합예술’이라고 말한다. 비행기가 날아갈 때의 아름다움은 예술적이고, 그 크고 무거운 비행기를 하늘을 날게 하는 것은 과학기술의 결정체이며, 또한 비행기의 원리는 무엇보다도 철학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행기가 상공으로 올라갈 때, 직선으로 쭉 올라가면 제일 빠를 것 같지만 신기하게도 그렇지 않아요. 올라가다가 일단 한 번 밑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가야 더 빨라요. 살아가는 것도 그렇지요. 우리 인생도 수없이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는데, 내려갈 때도 그건 좌절이 아니라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한 원동력이 되는 거예요.”

이덕주 교수에게는 ‘항공공학과 삶, 과학과 생활이 따로 따로가 아니라 다 똑같은 이치와 원리’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에게 그런 의식을 일깨워준 결정적 계기는 마음수련이었다고 한다.

힘든 시기에 찾아온 폐쇄공포증, 마음수련으로 원인 찾아내

잘나갈 것만 같던 그의 인생이 긴 추락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서울대 항공과 졸업 후,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나사(NASA)에서 3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한 뒤 1988년 한국의 카이스트 교수가 되었을 때까지, 그의 인생은 계속 그렇게 상승세를 탈 것 같았다.

하지만 1년 뒤 부친이 작고한 후부터는 계속 추락의 길이었다. 아버지 사업을 이어받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것. 학교일과 병행하느라 몸은 녹초가 되고, 사업은 점점 어려워져 결국은 집안의 전 재산을 날리고, 오히려 몇 십억 원의 빚을 지게 되었다. 1993년 결국 이혼에까지 이르며 몸도 마음도 더욱 피폐해졌을 때, 폐쇄공포 증세가 나타났다.

“러시아에 갔다 오는 길이었는데, 갑자기 비행기 안이 굉장히 좁아지면서 숨이 차고, 식은땀도 나고 견딜 수가 없었어요. 나중에 폐쇄공포증이라는 걸 알았는데, 그 뒤부터는 엘리베이터도 못 타고 누가 좁은 공간에 있다는 얘기만 들어도 숨이 막혔어요.”
해외출장 많은 그에게 비행기 타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고역스러운 일이 된 것이다. 정신과 약을 꾸준히 먹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그 고통은 2001년 여름, 마음수련을 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수련을 하는데 다섯 살 때쯤 시멘트로 만든 개집에 들어갔다가 못 나왔던 장면이 사진처럼 딱 떠올랐어요. 순간 그게 바로 폐쇄공포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걸 알겠더라구요. 그 사진을 없애야 한다는 것도요. 그리고 그 사진을 없애고 나니까 정말 폐쇄공포증이 사라졌어요.”
그의 설명에 의하면 “다섯 살 때의 잠재된 기억이 평소 건강할 때는 괜찮았다가, 생활이 어지러워지고 의식이 황폐해지자 무의식이 올라오면서 증세를 일으킨 것”이었다.

과학자 입장에서 봐도 너무나 확실하고 획기적인 마음수련 방법

항공우주 과학자가 말하는 마음수련이교수는 마음수련에 대해 확신했다. 검증을 중요시 여기는 과학자 입장에서 봐도 이렇듯 확실한 효과와 방법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살면서 찍어놓은 사진들이 마음이고, 그 사진들이 관념과 관습을 만들어 오늘의 나를 만든다. 그 사진, 즉 마음을 버리면 원래의 순수했던 참마음으로 살게 된다. 원래의 참마음이란 산소, 수소도 생기기 이전의 순수했던 우주 허공 자체다’라는 마음수련의 원리와 이치에도 전적으로 동감했다.

“우주에는 75%가 진공 에너지고, 20%가 블랙홀이고, 지구 같은 별이 5% 정도를 차지해요. 그 별과 블랙홀조차 생기기 전의 순수했던 우주는 100%로 진공 에너지이겠지요. 만물이 그렇듯 사람도 허공에서 왔기 때문에 원래 우주처럼 진공 상태여야 하는데, 사람은 자기가 찍어놓은 마음사진들이 너무 많아서 에너지가 들어오질 못해요. 오히려 그 사진들에 치여서 기분 나쁘다, 슬프다, 힘이 빠진다, 이렇다 저렇다 하며 힘들게 살고 있는 거지요.”

이교수는 수련에 집중했다. 그동안 쌓아둔 마음의 사진들은 헤아릴 수조차 없이 많았다. 뭔가 보여줘야겠다고 먹었던 마음, 사람들을 내 뜻대로 하고 싶었던 마음, 성과들을 내세우려는 마음, 술, 빚, 그리고 이혼의 상처…. 철저하게 버려나갈수록 생활이 바뀌어갔다.

“먼저 술 담배를 끊었어요. 그리고 약속 시간을 잘 지키게 됐죠. 예전엔 일에 끌려 다녀서 시간에 맞춰 잘 나가질 못했는데, 수련 후에는 집중력이 높아져서인지, 일할 때도 끊고 맺는 게 분명해요. 또 한때는 ‘대박’을 바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하나씩 해나가면서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 걸 알았고, 세상에는 위대한 사람이 많다는 것도 알았어요. 자기만 알 때는 몰랐는데 이제는 아, 저런 훌륭한 사람도 있구나, 하고 겸손해졌다고 할까요. 이게 말로는 쉬운 것 같아도 정말 마음으로 깨닫고 바뀌기는 쉽지 않은 거예요.”(웃음)

항공우주학 말하는 카이스트 이덕주 교수

열린 사고와 감성 필요한 공학도들에게 마음수련은 필수

또 하나 개인적으로 기쁜 일은 수련하고 얼마 후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된 것이라고 한다. 다시 가정의 행복을 찾은 그는, 미국 ‘보잉사’의 초대를 받아 온 가족이 미국 방문을 하고 오기도 했다. 그의 논문을 본 보잉사 관계자가 원인을 모르겠는 자사 항공기의 소음 진단을 부탁한 것. 그는 두 달간 체류하며 원인을 파악해 주었다.
“학생들과 토론하다가도 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는 게 저절로 깨달아지는 걸 많이 느껴요. 마음을 비운 만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니까 사고가 자유로워지고 지혜로워지는 거지요. 그러다 보니 좋은 논문들도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카이스트 이덕주 교수의 학생 상담 ‘엔지니어의 생각 바꾸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던 이덕주교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종종 학생들에게도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해준다. 공학도에게는 열려 있는 사고와 감성이 중요한데, 이것은 기존의 관념과 관습을 털어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낡고 굳은 관념 관습을 버리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 마음수련이라고 말한다.

“단 한 번, 한 가지 마음이라도 닦아 보면 그게 실제로 가능한 일이며,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 수 있어요. 그 이후의 변화는 참 무궁무진해요. 비행기나, 삶이나, 마음 닦는 거나 다 하나의 이치”라고 말하는 그의 말처럼,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항공우주 이야기도 삶의 이야기로, 또 마음 이야기로 이어진다.
“앞으로는 ‘마음’과 ‘비행기 연구’를 접목시켜 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합니다. 동료들이 그러다 철학교수 되는 거 아니냐고 놀리지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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