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수련, 아이들 대인관계 보면 부모 마음도 보여

유승자 / 주부

큰아들이 열등감 많고 매사에 부정적이었다. 항상 자신감이 없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 모습이 참 보기 싫었다. 사내녀석이 어깨 좀 피고 당당하게 살라고 말해주지만 대답은 알았다 하면서도 바뀌지 않았다. 중1 때 담임선생님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굉장히 불안하고 답답한 게 있는 것 같다는 거였다. 대화를 하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아이는 엄마인 내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자신감 없고 불안해하고, 어릴 때 내 모습과 똑같은 우리 아이

왜 이럴까. 내 맘처럼 되어주지 않는 아이들과 여러 가지로 힘들 때 마음수련을 하게 됐다. 큰아들이 중2, 작은애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수련으로 마음의 사진들을 버리면서 깜짝 놀랐다. 아이의 모습이 내가 어렸을 때와 똑같았던 것이다.

부모님은 칭찬에 인색하시고, 잘못한 것에는 굉장히 엄격하게 지적을 하셨다. 나는 늘 주눅이 들어 있었다. 자신감이 없어 어디를 가도 겁이 나고 긴장하고 불안했다. 사람을 만나도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떡하나 눈치를 봤다. 학교 가는 게 두렵고 여럿이 있는 게 무서웠다.

지금의 내 아이가 그런 내 모습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만든 거였다. 엄격하기만 했던 부모님이 불만이었지만, 나는 똑같은 모습의 부모가 되어 있었다. 늘 냉정하게 “엄마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라고 명령조로 말하곤 했다. 특히 큰아이에게는 더했다. 그것은 나의 열등감이기도 했다. 강하고 당당하고, 공부도 잘해야 하고 반듯하고 예의 바른 아이이기를 바랐다.

좋은 선생 불러서 과외시키고, 과학, 독서, 논술, 영어… 남들이 하는 것은 다 했다. 아이의 의사는 듣지 않은 채 모든 스케줄을 내가 짜서 관리했다. 잘난 아들을 만들어서 나를 과시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들과 마음의 벽은 더욱 높아만 갔다.

아이에게 어떤 마음 심어주고 있는지 부모부터 돌아봐야 해

수련을 하다 보니 아이를 사랑한다고 했지만 한 번도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없었다. 내가 원하는 것만 강요했다.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했다. “엄마가 잘못했어. 그동안 엄마 때문에 참 힘들었겠다”고 말하자 아이들이 펑펑 울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더 이상 나의 부정적인 마음을 물려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아이들에게도 청소년 마음수련 캠프를 권했다.

하루라도 빨리 그 마음세계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다. 마음을 버릴 줄 알게 된 아이들은 조금씩 변해갔다. 소극적이고 부정적이었던 아이가 활달하고 긍정적이며 속 깊고 따듯한 마음을 지닌 아이로 변했다. 수련 후 아들은 “애들이 나를 왕따시킨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열등감 때문에 못 어울렸다. 그런 마음을 버리니까 저절로 아이들과 어울리는 게 힘들지 않게 됐다”고 했다. 친구들에게 꼬여 있던 마음도 버리고 편하게 그냥 대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마음수련 후 아이들 문제는 모두 아이들에게 맡기게 됐다. 아이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하며 시시콜콜 스케줄까지 관리했던 건 내가 원하는 아이들로 만들고 싶은 내 욕심이었다. 아이들도 수련 후에는 자기 할 일을 스스로 잘 챙긴다. 큰아이는 혼자 공상하는 버릇도 없어지고 집중력이 좋아져서 성적도 많이 올랐고 전엔 꿈도 못 꾸던 대학에도 합격했다. 지금은 아들과 친구처럼 이야기한다. 아들은 때로는 엄마나, 아빠가 잘못한 것도 감싸고 이해하려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자녀에게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면, 아이를 바꾸려 하기보다 부모의 모습을 먼저 돌아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내가 아이에게 어떤 마음을 심어주었는지 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대인관계를 좋게 하고 싶다면, 부모가 먼저 크고 빈 마음이 되어야 한다. 아이에게 강요하거나 집착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고 사랑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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