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경영자의 덕목, ‘서번트 리더십’ 키워주는 마음수련 명상

목경수 / LG화학 대산공장 상무

직장 내 인간관계법 말하는 LG화학 목경수 상무

우리나라 대표적인 화학기업인 LG화학의 대산공장. 충남 서산시 대산읍 60만 평 부지에 자리잡은 이곳에는 760명의 사원이 근무하고 있다. 목경수 상무는 사원들에게 좀 특이한 사람으로 통한다. 전혀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인간적인 상사, 청소 등 허드렛일도 함께 하는 사람, 모든 문제는 대화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는 것. 하지만 “한때는 상대를 배려하기보다 자기주장만 강하게 밀어붙이는 사람이었기에 대인관계가 무척 힘들었다”는 그, 그에게 변화의 결정적 계기가 되어준 것은 마음수련 명상이었다.

직장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직장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대산공장으로 연수를 오는 사원들과 만나는 대화의 시간. 이때 목경수 상무가 반드시 물어보는 질문이다. 열심히 일하면 된다, 능력이 있어야 한다, 자기계발을 잘해야 한다… 등등 다양한 답들이 쏟아지지만 목경수 상무는 아주 간단한 답을 갖고 있다.

“능력이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남의 도움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도 아주 간단하다.
“내가 먼저 도와주어야죠.” 물론 계산된 마음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난 도움이어야 한다. 문제는 그렇게 계산 없이 진심으로 남을 도와주는 마음을 갖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마음이 항상 긍정적이고 이기심과 욕심이 없어야 가능해요. 또 상대에 대해서 싫다, 좋다, 마음에 든다, 안 든다 하는 기준이 있으면 불가능하죠. 남을 진심으로 도와주는 것은 나의 그런 기준이 없을 때 가능합니다.”
그는 이론이 아니라, 늘 실천으로 말한다. 그런 그를 두고 사원들은 ‘늘 상대를 배려하고 인간적으로 존중해주는 상사’ ‘함께 있으면 편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어지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그리고 그의 그런 마음이 전해져 회사가 어려웠을 때 힘을 모아 헤쳐나갈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760명 직원의 이름을 모두 외우는 상사, 회사 분위기 반전

지난 2005년 기존의 현대석유화학을 LG화학으로 인수할 당시, 회사는 장기간 지속된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위축돼 있었다. 급여도 제대로 못 받고, 공장 투자도 이뤄지지 않는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 불안과 불평불만으로 일에 대한 의욕도, 서로 간의 신뢰도 없고 소통도 안 되던 때였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직원들이 회사 오는 것을 즐거워하고 힘든 때인데도 위축되지 않는단다. 가장 큰 차이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되었다는 것. 전에는 ‘안 된다, 힘들다’였다면 지금은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된다’로 바뀐 것이다. 이준옥 혁신추진팀 부장은 “공장 전체의 분위기가 바뀐 데에는 2007년부터 총괄 공장장을 맡아온 목경수 상무의 힘이 컸다”고 말한다.

그는 760명이나 되는 직원들의 이름을 다 외우고, 경조사를 일일이 챙길 뿐 아니라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는 직원에게 세심하게 신경을 쓰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을 준다는 것. 팀장들과 면담이 필요할 때면 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일하는 곳을 찾아간다는 그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교류(커뮤니케이션)’. 팀장 이상의 관리자뿐 아니라 일반 사원들과도 매달 정기적인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밖에 못할까? 끊임없이 분별했던 시간들

직장 내 인간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방총괄 공장장이 되었을 때 그가 정성을 들인 일 중 하나가 ‘서로 간의 감정계좌를 높이자’는 것이었다. 상대를 얼마만큼 알고 이해하는가, 얼마나 두터운 정이 쌓였으며, 서로 배려하는가가 바로 ‘감정계좌’인 것. 그것이 높아갈수록 서로 신뢰도 높아지고 회사 생활도 즐거워지는 법이다.

“둘이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하다는 것은 서로 신뢰가 있다는 얘기잖아요. 실제로 술자리에서 나누는 대화로는 감정계좌가 별로 높아지지 않는다고 해요. 한 시간을 이야기하더라도 진정성을 갖고 대화를 할 때 분명히 상대와 좋아지게 돼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평사원으로 입사하여 단위공장장을 거쳐 총괄공장장이 되기까지 큰 어려움 없이 달려올 수 있었던 것도 다른 이들의 도움으로 가능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에게도 사람 관계 때문에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한다. 지금이야 대화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만, 한때는 사람보다 일을 더 중시하고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몰아붙이는, 일 중심의 상사였던 것. 그로 인한 마찰은 부장 시절 가장 크게 나타났다.

워낙 부지런한데다 열정도 많고 추진력이 강해, 혼자서 많은 아이디어를 내면서 강하게 팀을 이끌어갔다. 그런데 문제는 부하 사원들이 자신의 마음 같지가 않다는 것이었다. ‘저 사원은 왜 저렇게 게으를까, 왜 저렇게밖에 못하지?’하는 분별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잘 따라오지 못할 때는 다그치고 몰아붙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상사와의 관계에서도 인정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항상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무의식적인 불안과 두려움으로 힘이 들었다.

대인관계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파 마음수련 시작

그렇게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무렵 마음수련을 알게 됐다. 마음수련 명상이라면 그가 겪고 있는 모든 스트레스를 해결해줄 것 같아 2002년 여름휴가 때 아예 마음수련 메인센터에 들어가 수련을 시작하게 됐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을 괴롭히던 마음의 실체를 정확하게 보게 되었다. “질투심과 경쟁심, 남보다 못한 것을 못 견디는 승부욕, 그런 게 내 안에 엄청나게 많더라고요. 그전에는 제가 대인관계도 잘하는 줄 알았었죠. 그런데 사원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는데 예쁜 사람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너는 뭐가 문제고, 하면서 다 분별을 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충격이었어요. 내가 정말 나쁜 놈이다, 사람들과의 문제가 여기 있었구나, 근본 원인이 바로 내게 있었다는 걸 알았죠. 수련을 안 했다면 아마 영원히 몰랐을 겁니다.”

이 마음으로는 도저히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일주일간의 시간을 연장했다. 마음속 깊이 들어 있었던 미움, 증오, 질투, 걱정 등 수많은 마음의 뿌리를 버려갔다. 그동안 얼마나 이기적으로 살아왔는지, 사람들에게 잘못해왔는지가 참회가 되기 시작하면서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한다. 그렇게 2과정을 마치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왔을 때 사람을 대하는 자세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회의 시간에 90% 이상을 그가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거꾸로 한 명씩 한 명씩 의견을 물으며 들으려고 했다. 차츰 사람들도 변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대화 속에서 스스로 답을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그만큼 결과도 나타났고, 모두 함께 성취감을 느끼면서 자연히 회사는 즐거운 일터로 변해갔다.

마음수련원은 서번트 리더 양성소

“누구나 직장생활에서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를 많이 느낄 겁니다. 그런데 그 해법은 아주 단순해요. 진심으로 상대의 입장에서 들어주고 생각해주는 거죠. 사실 이 방법을 몰랐던 게 아니에요. 대학 시절 우연히 데일 카네기의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서 말하는 핵심이 바로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이었어요. 그때부터 실천해보려고 애를 많이 썼지만 전혀 못 했죠.”

머리로, 지식으로만 아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기 위해서는 내 마음그릇이 그만큼 커야 되는데 마음수련 명상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게 가능했다”는 그이다. “욕심이나 이기심, 그리고 모든 관념 관습과 가치판단의 기준들을 버려나가니까 실제로 내 마음이 넓어지는 겁니다. 저절로 상대 입장이 보이고 이해가 되고 수용이 되는 거예요. 나를 버리니까 일부러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되더라고요.”

직장 내 동료와의 대화 모습

모든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조율하는 방식이 어쩌면 일의 추진 면에서는 느려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게 성과를 내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그는 말한다.
2005년 이 공장을 LG화학이 처음 인수했을 때 회사의 최고 경영자는 ‘훌륭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서번트(Servant) 리더십’을 꼽았다. 문자 그대로 ‘머슴’의 마음으로 섬기는 것. 부하 사원들을 다스리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들을 섬기는 것이다. 목경수 상무는 마음수련 명상을 했기에 그런 새로운 경영 마인드를 쉽게 받아들이고 실천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내 욕심과 계산이 없어야 진심으로 상대를 위하고 섬길 수 있잖아요. 늘 나를 돌아보면서 마음을 버리려고 애써요.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돼요. 그래서 마음수련은 서번트 리더 양성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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