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의문 풀리니, 새처럼 자유로워

허선덕

어릴 적부터 나는 의문이 많았다. 하늘에는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이 있고 산에는 나무가 있고 사람도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은 어디서 생겨났으며, 나는 왜 태어났고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다. 태어났으면 그 이유와 쓰임이 있을 것인데 사람이 아무리 이름을 날려도 무수한 세월 속에 잊혀질 것이니, 그 허무함에 혼자서 눈물을 흘리고는 했다.

무엇을 해도 무엇을 생각해도 남는 것은 공허함뿐

종교 생활도 해봤지만 공허한 마음은 채워지지 않았다. 그러다 남편이 갑자기 중풍으로 쓰러지면서 모든 경제 문제를 떠안게 되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작은아이가 네 살 때였다. 처음엔 혼자 사업을 하다가 나중에는 동업을 하게 되었다. 정말 사업이란 멀고도 긴 여정이었다. 폐목재 재활용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세 번의 큰 화재로 공장이 다 전소되는가 하면, 태풍으로 공장이 다 날아가기도 했고, 공장 옆의 둑이 터지는 바람에 공장으로 들어가는 길이 물에 잠겨 가동을 못한 적도 있었다. 기계 부품인 볼트와 너트를 못 사서 공장을 세운 적도 있다.

두 번의 경매가 들어왔고 수없는 가압류와 압류를 경험하면서, 노트에 적어놓은 빚진 사람의 순서는 백 번을 넘어갔다. 엄청난 빚더미에 앉아, 몇 년간은 하루에 빚 독촉 전화를 2백~3백 통씩 받아야 했다. 거래처와 결제 약속, 어음 약속 날짜, 회사 운영비 등 걱정에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기 일쑤였다. 그렇게 사업에 너무 찌들다 보니 심장도 약해지고 장이 나빠져 밤중에 응급실에 실려 가는 횟수가 잦았다. 잘 웃고 다니는 편이라 사람들은 나를 보고 세상에 걱정이 하나도 없는 사람 같다며 부러워했지만, 속으로는 깊이 병들어 있었고 돈에 너무 얽매여 있었다. 정신 차리자는 심정으로 하루 종일 절을 만 배도 해보고 새벽마다 5백 배를 하며 기도를 했다.
‘저는 아무래도 좋으니 부디 저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신 분들을 배반하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저로 인하여 조금이라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그때까지만이라도 저의 생명을 가져가지 말아주십시오.’

그런 어느 날 우연히 ‘마음수련’ 안내 책자를 보게 되었다. 내용 중에 ‘마음을 버리는 정확한 방법이 있고, 실제로 마음이 버려지는 것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다’는 글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러나 곧바로 시간을 낼 수는 없었다. 차일피일 미루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이러다가 영원히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당장에 수련원으로 향했다.

의문, 원망, 미움 사라지면서 훨훨 날아갈 것 같은 기분

마음수련은 정말 놀라웠다. 수련을 하는 동안 항상 궁금했던, ‘사람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이냐’의 의문들이 풀렸고, 그렇게 급하던 성격도 마음을 버리면서 차츰 나아져갔다. 그동안 사업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자 동업자도 철천지원수가 되어 있었다. “나는 살이 찢어지고 뼈를 깎고 있을 때 당신은 무엇을 했냐”며 날마다 원망하고 비웃으며 시비가 끊이질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내가 마음을 버리니 상대방이 그저 감사하게 다가왔다.

돌아보니 나는 그렇게 시비분별하고 원수로 여겼음에도 그는 나를 감싸 안아주고 있었던 거였다. 너무나 감사했고, 모두 다 나의 잘못이었다. 공장이 한창 어려울 당시 우리 공장을 다른 곳에 경매로 넘기려고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친척이었다. 너무나 원망스럽고 미워하는 마음이 깊이 뿌리 박혀 친척 모임 때 그를 보려면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그런 사연들도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버려나갔다.
눈물로 참회하며 친척에 대한 마음을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결혼식장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말을 거는 것이 아닌가. 내 자신도 깜짝 놀랄 일이었다. 수련을 하면서 내 삶의 모든 기억인 ‘사진’을 다 떠올려 버렸다. 돈도, 사업도, 자식도, 인연도…. 모두가 다 ‘나’의 잘못이었다.

지금은 마치 훨훨 날아가는 기분이다. 한 마리 새처럼 자유롭다. 모든 만상만물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는 것이 없고 다 각자의 몫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됨을 알았다. 지금 남은 것은 오직 감사함뿐이다. 빚도 거의 갚았다. 그동안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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