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너 잊은 지 오래구나

이시연 / 직장인

처음 밤잠을 설치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잠만 자면 꿈에 싫어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주로 가족들, 주변 친구들이었다. 잠에서 깨면 또 악몽을 꿀까 봐 다시 잠들기가 두려웠고 잠자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대학교에 가서는 한숨도 못 자는 날이 많았다. 이틀에 한번 낮잠 한두 시간을 자며 학교에 다녔다. 그러다 보니 학교생활을 비롯해 모든 일에 의욕이 전혀 없었다.

가족과 주변에 대한 원망으로 불면증 생겨

식욕도 뚝 떨어져 하루에 한 끼를 먹었고 몸은 너무 힘든데 잠은 오지 않는 상태가 몇 년간 계속됐다. 건강은 안 좋아지고 몸무게도 10kg 가까이 줄어들었다.
아버지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보라고 권하셨다. 하지만 당시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기에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불면증 치료보다는 내가 처한 상황, 나를 힘들게 하는 가족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막연하게 어떤 자유로움을 갈망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자유를 찾아 밴드에 들어가 악기도 배우고, 종교나 역사에 관련된 책도 많이 읽었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봐도 결과는 내 생각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가슴이 정말 답답했다. 나 혼자 사회 부적응자가 된 기분이었다.
마지막 선택으로 한국을 떠나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가기로 결정했다. 한편으로는 아예 돌아오지 않을 생각도 있었다. 그러다가 호주 행을 2주 정도 남겨두고, 유학 준비로 지친 마음을 추스를 겸, 마음수련을 하게 되었다.

원망, 미움 버리면서 7년 만에 푹 잠들게 돼

나는 항상 부모님이, 주변 사람들이 내 마음에 못을 박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상처받았고 어떻게 해서든 그 상황에서 도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수련을 하며 내 속을 들여다보니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속으로 꾹꾹 눌렀던 나만의 감정들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힘들게 했고 악몽으로 나타났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고, 기대하고 또 실망해서 멀리 떠나버리고 싶고…. 오랜 세월 그걸 감당해야 했을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수련 일주일이 지나자 그 마음들이 빠져나가면서 그동안 힘들고 괴로웠던 입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우주만큼 큰 마음이 되어 보니 상처 줄 일도, 상처받을 일도 없었다. 진정한 자유로움은 바로 변하지 않는 참마음에 있었다.
나는 호주 행을 취소하고 계속 마음 버리기에 매진했다. 수련 둘째 주부터는 잠도 아주 푹 잘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개운한 잠은 7년만이었다. 몸무게도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수련을 시작한 지 1년이 흘렀다. 이제 불면증이란 건 잊은 지 오래다. 꿈도 잘 꾸지 않고 깊이 자고 가끔은 늘어지도록 늦잠도 잔다. 덕분에 직장 생활도 잘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잠깐 일시적으로 느끼는 자유가 아니라 변하지 않는 영원한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는 것이 나의 가장 큰 행복이자 변화이다.

Share on FacebookTweet about this on Tw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