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수련 명상:스트레스였던 교직생활에 반전이 일어나다
이주황 / 초등학교 교사
2005년 교대를 졸업하고 곧바로 초등학교 교사로 발령을 받았다. 주위에서는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시대에 일등 신붓감인 교사가 되었다며 축하를 많이 해주었다. 하지만 이런 말들은 내겐 속된 말로 ‘씨도 안 먹히는’ 이야기들이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 내 삶이 너무나도 무겁고 힘들었기 때문이다. 교직은 스스로 원해서 선택한 직업이었지만, 생각보다 너무 힘들고 적성에 안 맞았다.
적성에 맞지 않는 교사생활, 1년만에 우울증 생겨
오죽하면 수업 시간에 뒤돌아서서 칠판을 보고 ‘아… 진짜 하기 싫다’ 하고 중얼거리는 게 일상이었을까. 게다가 오랜 자취 생활을 접고 들어간 집은 퇴근 후 쉴 수 있는 편한 장소가 아닌, 삶의 방해꾼과도 같은 가족들이 득실거리는 공간에 불과했다. 교사라는 안정된 직장을 가졌다는 이유로 해준 것 없이 바라기만 하는 것 같아 부담감이 컸다.
그렇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온갖 병치레와 더불어 일년의 교사 생활을 마치자, 우울증이 찾아왔다. 모든 일이 두려웠고 교실에서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힘들었다. 퇴근 후에는 울며 방 안에 틀어박히기 일쑤였다. 견디다 못해 신경정신과에 가서 약도 먹어봤지만 허사였다. ‘사람이 이 정도면 자살도 생각하게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나날이 실감나게 와 닿았다.
그러다가 그해 겨울 교원연수를 통해 마음수련을 만났다. 처음에 가장 크게 놀란 것은 수련생들이 하나같이 정말 밝은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 ‘이 바쁘고 힘든 세상에 저렇게 환하고 여유로운 사람들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새까만 마음 버린 만큼 우울함도 차츰 사라져
수련을 하면서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는지 알게 되었다. 어두웠던 가정환경에 항상 눈치 보고 억눌려 있던 어린 시절의 나, 아들이 아니라고 실망하셨던 어른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무엇이든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갇혀 있던 나.
게다가 그렇게 싫어했던, 다혈질적으로 화를 자주 내던 아빠에 대한 기억, 작은 일에 전전긍긍하고 항상 혼자 참고 돈 문제에 민감하던 엄마의 기억이 또 내가 되어 있었다. 정말 끔찍했다.
학교에서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아이들에게 참 잘못했다는 것도 알았다.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집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가기도 했고, 감정을 앞세우다 보니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말을 하기도 했다. 그때는 아이들을 위한다고 했지만, 돌아보니 다 나를 변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못난 존재인 내가 항상 나를 앞세우며 주변 사람들을 시비하고 깎아내리고, 세상에 감사할 줄 모르는 새까만 마음으로 살아왔음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이제 ‘내년에도 우리반 선생님 해주세요’ 소리 듣는 행복한 교사
눈물을 참 많이 흘렸다. 그 눈물과 함께 산 삶의 기억이라는 ‘사진’을 없애면서 우울한 마음도 차츰 사라져갔다. 인상이 참 밝아졌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가족들과도 좋아졌다. 특히 부정적인 마음사진을 많이 찍어놓은 아버지와의 관계가 참 어려웠는데, 지금은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많아졌다. 전에는 항상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있는 것처럼 예민한 성격이었는데, 수련을 하고 난 후 항상 밝고 편안해 보인다며 주위에서 “남자친구 생겼나?”고 하신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법도 이제는 알 것 같다. 그렇게 힘들었던 ‘낯선 사람 대하기’가 참 쉬워졌다. 요즘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과도 쉽게 친구가 된다. 이 모든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간단하다. 버리는 방법을 알았고, 마음을 버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