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 그 이상의 여유와 평화
문춘호 / 삼성테크윈 근무
5년 전의 일이다. 직장생활 11년차를 맞고 있던 나에겐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무미건조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취미생활로 여행도 다녀보고 운동도 해보았지만 일하기 싫어하는 마음은 어느새 집채만한 크기로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설계부서에 근무하던 나는 늘 일을 빨리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긴장의 연속이었다. 또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투덜대며 현실을 탈피하려 했다.
게으른 몸 마음에 하루종일 방안에서 시체놀이 하기 일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이게 아닌데” “내가 이거 하고 있을 시간이 없는데”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해야 될까” 등등…. 마음은 현재에 있지 못하고 미래로 떠다니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작은 일도 귀찮아하며 번뇌했고 주말이면 몸과 마음은 녹초가 되어 하루 종일 방안에서 시체놀이 하기가 일쑤였다.
결혼적령기를 훌쩍 넘긴 나는 그해 추석에도 고향 가기 귀찮아하는 마음을 뒤로하고 부모님을 찾아뵈었다. 그리곤 “왜 결혼은 안 하냐”는 부모님의 잔소리를 선물로 받아야만 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뜻밖의 선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족들과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매형이 나의 푸념 섞인 말을 듣고는 마음수련을 해보라면서 인터넷 홈페이지를 열어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수련을 시작하게 되었다. 33년간 집어먹기만 했던 마음을 하나하나 비워내니 내 안에 쌓여 있던 숙제들이 실타래 풀리듯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일이 많다고 투덜대던 내가 어느새 그 일을 다 하고도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왜 그럴 수 있나 봤더니 원래 내 게으름이 문제였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 많다고 부담스러워하고 있었다. 또한 나도 모르게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상대방을 미워하고 신경질적으로 대하곤 했던 것이다. 그런 마음들을 버리고나니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마음이 가벼워진 만큼 행동도 부지런해졌다.
나도 모르게 커져가는 마음의 크기, 커진 만큼 잘살게 돼
항상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돈과 행복이 비례한다고 믿으며 물질에 집착했었다. 그런 마음들을 하나 둘 비워내니 매 순간순간을 사랑하게 되고 어느새 세상에 감사하는 마음이 내 얼굴에 묻어나고 있었다. 결혼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아직 내가 미혼이란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 많은 가짐과 욕심으로 결혼했더라면 사랑을 핑계로 배우자에게 많은 것들을 요구하게 되고 내 마음과 맞지 않는다고 짜증내고 미워했을 것이 너무나 뻔하기 때문이다.
부모님 성화에 못 이겨서 또는 2세를 위해서 그렇게 결혼을 서둘러 한다는 것도 자연스럽지 못한 일일 것이다. 돌아보니 나와 부모님의 체면 때문에 그렇게 결혼에 매여 있었다. 같은 해 어머님도 수련을 하셨다. 자식에 대한 집착을 많이 놓으셔서 지금은 서로가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결혼도 내 마음에 일체의 가짐이 없고 상대에게 요구하는 마음이 하나도 없을 때 하면 좋을 것 같다. 첫 과정을 통과하고 일주일 내내 싱글벙글 웃고 다녔던 나를 보고 사람들은 “좋은 일 있느냐?” “혹시 결혼하냐”고 묻곤 했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잘산다’라는 기준을 물질에 두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또한 그렇게 잘 살아야 한다는 짐을 평생 지고 살면서 힘 드는 걸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간다. 진정한 부자는 마음이 커서 다 가질 수 있으니 부자라는 걸 수련하면서 알아가고 있다.
마음수련은 단순히 마음을 비워내어 행복한 삶 이상의 수없이 많은 깨침을 준다. 동양화의 여백처럼, 마음의 여백이 생긴 느낌이다. 그 여유와 평화로움이란…. 온갖 욕심으로 꽉 채워져 있었다면 참된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을 게다. 아주 절실하고 중요한 시기에 마음의 길을 안내해준 매형에게 매일 큰절을 올려도 부족할 정도로 감사할 따름이다. 난 요즘 주위 사람들에게 마음의 여행을 적극 권하고 있다. 마음수련이라는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