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버린다는 건 물질에 대한 집착을 놓는다는 것

송기현 / 기업가

토목 건설 분야에서 세계적 첨단기술을 보유한 한불합작회사 (주)상지메나드 대표 송기현씨. 그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 사십대 이전부터 남들이 부러워하는 ‘부(富)’를 이루었다. 고액 연봉과 강남의 아파트, 그리고 가세가 기울며 잃었던 고향집 전답도 되찾았다. 그와 함께 일해 본 사람이라면 가장 낮은 자리에서 지극정성으로 일해온 그를 기억한다. 때문에 그에게는 언제나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고 돈도 따라왔다. 여기서부터 그의 고뇌가 시작된다.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공허함. 하지만 그 덕에 마음수련을 하게 됐다는 그가 삶과 돈, 행복에 대해 말한다.

빚 없고 불경기 없는 탄탄한 중소기업 대표

송기현씨는 경기를 많이 탄다는 건설 분야 회사를 18년째 운영하고 있다. 그의 회사엔 세 가지가 없다. 빚이 없고, 부도가 없고, 불경기가 없다. 사람들은 종종 그에게 묻는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돈을 버냐”고, “어떻게 하면 빚 없이 사업을 하냐”고.
“돈이라는 게 돈을 벌어야겠다, 하고 좇는다고 벌리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그냥 따라오더라고요. 어떤 사람이든지 그 자리에서 주인으로 일을 하면 회사에선 그 사람을 밀어줄 수밖에 없어요. 그 도움으로 돈을 벌게 되는 거지요. 돈은 내가 살아온 과정에 대한 결과물일 뿐이에요.”
그가 어떤 요령을 얘기해주길 원했다면 대개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의 대답은 언제나 한 가지, “그냥 열심히 일하라”는 것뿐이다. 자신의 삶이 그랬기 때문이다.

그는 1957년, 전북 남원 지리산 자락의 조그만 시골에서 위로 누나만 넷을 두고 막내로 태어났다. 양돈사업으로 아버지는 어느 정도 돈을 벌었지만, 어머니의 위암 투병으로 논 마지기도 다 팔고 소작농이 된다. 빨리 취직하여 가세를 일으켜야겠다는 마음에, 공고를 졸업한 그는 열여덟 살에 포스코에 입사한다. 하지만 임금, 승진 등에서 보이지 않는 학력 차별을 숱하게 겪어야 했다. 상황을 불평하기보다 스스로 극복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하루에 4시간 자며 일과 공부를 병행했다. 영어 참고서는 아예 외워버렸고, 독학으로 대학 과정을 공부하는 동안, 기사 1급 자격증도 5개나 취득했다.

남들보다 1시간 빨리 출근해 당일 업무를 준비하고 새벽 두세 시가 되더라도 일을 끝내고서야 퇴근을 했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허드렛일은 다 도맡아서 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책임감 있게 처리했고, 동료들의 일까지도 묵묵히 도왔다. 그런 그에게 주변의 도움이 따랐고 꽤 많은 월급도 받게 되었다.

원하던 것을 다 이루었는데 왜 이리 허무할까

1984년,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다 생각한 그는 결단을 내린다. 결혼도 했을 무렵이라 당장만 생각하면 안정적인 직장을 지키는 게 맞지만 그보다는 ‘못 배운 한’을 풀고 싶었다. 대학에 진학해 열심히 공부한 그는 졸업과 동시에 국영기업체인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공채입사 시험에 1등으로 합격한다.

31세의 나이에, 20대의 신입사원들과 함께 입사한 그는 마음의 자세가 돼 있었다. 그의 성실성과 능력을 알아본 회사에서는 입사 3년 만에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 그를 부장으로 승진시킨다. 회사의 지원으로 대학원도 마치고 프랑스 국립학교(LCPC)에 가서 공부도 할 수 있었다.

1992년 30대 중반, 동업으로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 독립했고 사업도 꽤 번창했다. 돈도 벌고 아파트도 강남으로 옮겼다. 빚으로 넘어갔던 시골의 전답도 되찾았다. 회사도 안정되고 헌신적인 아내에, 아이들도 착하게 자랐다. 그런데 행복하지가 않았다. 공허감이 몰려왔다. 소화불량 만성피로에, 불면증이 심해져 남몰래 정신과의사를 찾아야 했다.

“돈 벌어 기분 좋은 건 너무 짧게 지나가더라고요. 학교 졸업하고 경제적인 여유도 있으면 참 행복할 거 같았는데, 그렇지가 않았어요. 꿈꿔왔던 일들이 이뤄졌는데 왜 행복하지 않은 걸까, 더 이상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도 생기지 않았어요. 훨씬 더 벌었어도 공허감은 똑같이 느꼈을 것 같아요.”

끊임없이 도전하며 살아온 삶이었지만 더 이상 도전해보고 싶은 것도 없었다. 부와 명예라는 것도, 멀리서 보고 아름다워서 쫓아가서 보니 아무것도 없는 무지개와 똑같다는 것을 알아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어릴 때부터 가졌던 존재에 대한 의문이 밀려올라왔다.

‘나’를 찾는 것에 최우선을 두기로 하다

“어릴 때 어머니를 잃고 가졌던 의문이 너무 강렬하게 남아 있었어요. 나는 누구고, 어디에서 와서 왜 사는가, 한때 출가할 생각도 했을 정도예요. 6대 종손이고, 주어진 조건 때문에 당장은 안 되지만 언젠가 때가 올 때까지 접어두었던 문제였어요. 아, 내가 돈 벌려고 태어난 게 아닌데, 하는 회의가 깊어졌죠.”

어느 날 신문에서 마음수련 기사를 본 그는 해답을 찾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2001년, 2주간 마음수련을 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름대로 착하게 살아왔다 자부했는데, 모두 자신을 위한 것뿐이었다. 부끄러웠다. ‘잘난 나’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힘들었을까, 그런 마음으로는 다시 돌아가 생활할 자신이 없었다. 쌓아온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마흔다섯에 그는 사표를 낸다. 마음을 되찾기 위해서.
“주변에서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들 난리였죠.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무에서 유를 만들어낼 확신도 있었고요. 다 버려도 새로 시작할 수 있겠다, 포장마차부터 시작하겠다는 각오가 돼 있었으니까요.”

마음수련 3개월째, 회사에서 다시 와달라 요청했다. 그의 빈자리가 너무 컸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마음수련으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더 큰 것’을 얻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가져온 마음의 숙제, 존재의 의문이 풀린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몸과 마음에 일어난 병의 원인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가족 병력도 있었고, 몸을 함부로 여겼으니 안 좋았죠. 지금은 태어나서 이렇게 건강해 본 적이 없어요. 6개월마다 위내시경을 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게 됐죠.”

내 것이 없으면 세상 모두 다 내 것이더라

무엇보다 자신의 기업과 돈이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은 혁명 같은 일이었다. 당연히 그도 자신이 잘해온 덕에 이룬 것이라 생각했는데 마음을 버려보니 그게 아니었단다.
“직원들과 거래처와 주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세상이 돈을 벌도록 도와준 거잖아요. 제게 돈과 재물이 주어진 것도 세상 위해 쓰라는 거더라고요. 물질도 에너지여서 돈도 내 거다 하면 나에게 머물지만 세상에 내놨을 땐 세상의 에너지가 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베풀면 다시 세상이 채워주는 것, 그게 순리였던 것이다. 그는 “나도 세상의 일원이고 더불어 살 때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사업을 할 때도 파트너나 직원들에게 그 이익을 베풀고 나누어야 사업이 잘되잖아요. 어려울 때 도와주고 같이 성장할 기회를 찾아야지 남을 밟고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게 돈이더라구요.”

직원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다. 그들 덕분에 이 자리에 섰다고 생각하니 고마움이 더욱 커진 것. 그는 대학 공부를 원하는 직원에게는 학비를 지원해주고 마음수련 하겠다는 직원들에게는 수련비를 지원해준다.
“돈을 버린다는 것은 물질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에요. 저에게 있어 돈을 버린다는 건 회사를 잘 운영해 극대화한 수익을 세상에 내놓는 것이더라구요. 내 것이라고 움켜쥐니까 부질이 없는 거예요. 이제는 세상 사람들을 위해 써야지요.”

송기현 대표가 말하는 일과 삶의 세 가지 원칙

✽ 가난이 위대한 스승이다
만약 내가 경제적으로 풍요했다면 직장을 수도 없이 그만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힘들어도 참아야 했다. 가난이 버팀목이 되어준 거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인내하고 이겨낼 수 있었다.

✽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더 마음을 비워야 하는 이유
돈을 벌고 싶다면 더 열심히 일하고 몸을 움직여야 하는데 대개는 쉽게 버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한다. 돈을 못 버는 이유는 내 자존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낮아질 수가 없다. 자기 마음속에 높고, 낮다의 관념이 없어지면 그 사람은 어디서든 열심히 일할 수 있다. 그러면 기회가 주어진다. 마음수련을 하면 그게 가능해진다.

✽ 과욕을 부리지 말자
절대 빚을 내서 사업을 하지 않는다. 무리하지 않고 조건에 맞게 해왔다. 그래서인지 어려움 없이 순탄하게 운영해왔다. 다행인 것은 사업을 하면서 그동안 단 한 번도 직원들에게 월급이며 보너스를 제때 못 준 적이 없다는 것이다. 회사가 급성장해 덩치만 크다고 좋은 게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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