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버리다

국지혜 / 직장인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착한 아이로 통했다. 친구들은 뭐든 부탁을 해왔다. 하나 둘 들어주다 보면 숙제도 조별 과제도 모두 내 차지가 되었다. 아끼는 옷이나 책을 빌려 달라고 하면 어찌할 바를 몰랐다. 빌려줬다가 망가져서 돌아온 물건 때문에 부모님께 혼도 났다. ‘난 못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힘들었다.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단짝 친구 뺏겼던 상처 버리며 콤플렉스에서도 벗어나

마음수련을 하면서 초등학교 시절의 한 사건이 떠올랐다. 단짝 친구와 나 사이에 새로운 친구가 등장하면서 나만의 친구를 빼앗겼던 일. 나는 이제 누구랑 놀고 버스에서는 누구랑 앉나…. 어린 마음에 한참 동안 울며 힘들어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몇 년 후 그 단짝 친구는 메신저로 사과를 했고 오해는 풀렸지만, 그때의 상처와 열등감은 마음에 그대로 남았다. 혼자가 된다는 것이 두려웠고 친구를 잃을까봐 불안했다.

‘남을 위한답시고 베풀었던 호의가 친구들의 인정을 받으려고 한 일이었구나.’ 내가 생각했던 바름, 예의, 배려의 기준과 틀을 버려나갔다. 친구를 잃었다는 상처도 두려움도 다 버리고 나니 인간관계에 여유가 생겼다.

이제는 지혜롭게 부탁을 거절하는 방법도 안다. 그것은 스스로 투명해지는 것이다. 도와주고 싶지만 못하는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하면, 친구도 이해를 해주고 나도 마음에 앙금이 없으니 편안하다. 예전에는 겉으로만 웃었다면 지금은 마음이 자유롭게 웃는다. 아무런 바람없이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배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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